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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라는데 비는 커녕 잇단 폭염특보에 열대야까지?" 올해는 장마도 '변종'인가보다. 우선 기상관측 이래 두 번째로 늦게 찾아온 '지각 장마'다. 이달 3일 시작됐으니 작년보다 열흘이나 늦다. 게다가 강수량이 적고 불볕더위만 기승이다. '마른 장마' 사이로 폭염특보가 이어지더니 열대야까지 빨리 닥쳤다.

이쯤 되면 장마가 끝난 것 같은데 기상청 시각은 다르다. 이번 주 몇 차례의 국지성 소나기에 이어 18~19일 전국에 비가 한 번 더 온 뒤에야 장마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이후 비가 계속 내려야 장마라고 여기는 일반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우리가 체감하는 '기상 현상'과 '기상 용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장마를 판단하는 기준은 비가 아니라 정체전선(장마전선)이다. 따뜻한 공기를 품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찬 공기를 머금은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정체전선을 형성하는 때를 장마로 본다.

지금의 정체전선은 우리나라의 동과 서로 갈라져 있다. 그래서 초기에만 비가 내리고 그 뒤로 소강상태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장마가 최장 기간인 54일 동안이었던 데 비해 올해 장마는 짧다. 그 대신 밤(오후 6시 ~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작년보다 23일 일찍 찾아왔다. 벌써 사흘째다.

이래저래 기상청에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다. 정체전선이건 고기압이건 비도 오지 않는데 전문용어로 '장마'라니 속이 터진다는 것이다. 기상청도 고민이 많다. 2009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장마를 예보하지 않고 분석만 한다. 복잡한 기압골 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무조건 기상청이나 날씨를 탓할 수만도 없다. 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미약한 존재다. 예측불가의 날씨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천상병 시인처럼 "7월 장마 비오는 세상/다 함께 기죽은 표정들/아예 새도 날지 않는다"고 자탄하기도 하지만, "올해는 비가 적어 병충해가 줄고 과일도 맛있겠네"라며 좋게 받아들이는 긍정론자도 있다.

장마라고 한자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은 우리말이다. 16세기 문헌에 나오는 '댱마'의 '댱'은 길다는 뜻이고, '마'는 물의 옛말로 비를 의미한다. 우리 속담에 좋은 환경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걸 '긴 장마 뒤 외 자라듯'이라고 했다. 그러나 '긴 장마'라는 표현도 이젠 낡은 말이 돼 버렸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7140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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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주부터 폭염이라는 데 우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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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국가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의 경제 파탄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작은 베네치아'(베네수엘라), 스페인어로 '구세주의 공화국'(엘살바도르)을 뜻하는 두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자원부국이지만, 국민은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 전 대통령부터 마두로 현 대통령까지 22년간 좌파정권이 집권하면서 초(超)인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무상 토지 분배 등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 재정이 바닥나자 화폐를 무한정 찍어냈다.

그 결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온 나라를 덮쳤다. 2015년 200%에 달한 물가 상승률이 2018년엔 170만%로 치솟았다. 치즈 한 덩이르 사기 위해 돈을 수레로 싣고 가야 했다. 세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으로 화폐 가치는 2008년 1000 대 1, 2018년 10만 대 1 비율로 떨어졌다. 올 3월엔 최고권액인 100만볼리바르까지 발행했지만 현재 가치는 미화 30센트에 불과하다. 급기야 화폐 단위에서 '0'을 여섯 개나 빼는 100만 대 1 화폐 개혁에 나섰다. 그 사이에 국민 2800여만 명 중 600여만 명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했다.

엘살바도르도 국민의 70%가 은행 계좌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데다 생산성까지 낮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해외 교민 송금에 의존할 정도다. 극심한 재정난에도 '퍼주기'로 일관한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견디지 못해 자국화폐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법정화폐로 대체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최근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관련 기술 지원을 거부했다.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책의 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게 경제 살리기와 성장 대신 이념적 편가르기와 분배에만 치중한 탓"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전 상공회의소장도 "포퓰리즘 정권은 분노와 복지·돈으로 대중을 자극하고, 재정이 바닥나면 자본주의나 외세를 탓하며 통계·여론을 조작한다"고 꼬집었다. "이 나라에 구세주는 없고 가난과 범죄만 난무한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니 '작은 베네치아'에도 경제적 번영은 없고 식량난에 허덕이다 국경을 넘는 난민만 줄을 잇고 있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7045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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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배 오른 최저임금이 달걀 한 판값…베네수엘라의 '살인 물가' [여기는 논설실]

3배 오른 최저임금이 달걀 한 판값…베네수엘라의 '살인 물가' [여기는 논설실], 기자 출신 여성 작가의 ‘생지옥’ 고발 극한 빈곤 뚫고 탈출…자전적 소설로 ‘스페인 여자의 딸’ 화제…곧 영화화

화폐가치가 바닥이 되자, 공예품을 화폐로 만들어서 파는 광경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쌀과 음식가격도 말도 안되게 올라버려서 굶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요.

심각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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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 건륭제 때 호중조(胡中肇)라는 문인이 시 한 구절 때문에 반역죄로 처형됐다. '일파심장논탁청(一把心腸論濁淸·한 줌 마음으로 흐림과 맑음을 논하고 싶구나)'에서 신성한 국호 청(淸) 앞에 탁(濁)이라는 부정적 글자를 썼다는 게 이유였다. 다른 문장에 나오는 일(日)과 월(月)도 명(明)나라의 멸망을 슬퍼하는 증거로 지목됐다.

옹정제는 한술 더 떴다. 한 시험관이 출제한 문제 속에 '유민소지(維民所止)'를 문제삼았다. 이는 시경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런데도 "유(維)와 지(止)는 옹정(雍正)의 윗변을 의도적으로 없앤 것으로 황제의 참수를 암시한다"며 온 가족을 참형에 처했다.

이처럼 글을 올가미 삼아 지식인을 탄압하는 것을 '문자옥(文字獄)'이라고 한다. 중국 왕조시대에 횡행했다. 건륭제 때만 130여 건에 이른다. 이는 문자뿐 아니라 나라 미래까지 옥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누구든 황제나 반대파의 트집으로 반역죄를 뒤집어쓸 수 있으니, 독재권력이 강해지고 견제장치는 없어졌다. 결국 청나라는 19세기 열강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중국 공산당의 현대판 문자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공산당은 종이신문과 온라인 언론까지 '사이버 만리장성'으로 통제하고 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약속한 홍콩에도 온갖 재갈을 물리고 있다.

급기야 체제비판 성향의 '빈과일보'가 폐간됐고,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도 칼럼을 삭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입장신문 기자들은 "홍콩에 문지옥이 강림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 "내정 간섭 말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은 '잠수함 속 토끼'와 '탄광 속 카나리아'에 비유된다. 토끼와 카나리아가 없으면 공기가 희박해도 이상신호를 감지하기 어렵다. 언론인 연쇄 구속과 폐간 등 21세기판 문자옥에 갇힌 홍콩은 지금 조기경보 시스템이 사라진 잠수함이나 탄광과 같다.

오늘은 홍콩 보안법 시행 1주년, 내일은 홍콩 반환 24주년이다. 한때 아시아의 자유 도시에서 감옥 속의 도시로 변한 홍콩. 기자들이 "우리의 핵심 가치인 언론 자유가 없다면 홍콩은 국제도시로서 명성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며 항거하고 있지만, 내일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에는 그저 '반역자의 문구'로만 들릴 뿐이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6290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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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옥' 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봤다.

과거에 글로 인한 처형이 일어나고, 현재는 현대판 문지옥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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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 회견장에선 뜻밖의 질문이 나왔다. 한 미국 기자가 느닷없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담을 소개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 바이든은 씩 웃으며 "오바마에게 물어보겠다"고 받아넘겼다.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현지 미디어들은 엉뚱한 질문에 센스 있는 답변이었다고 평가했다. UFO 관련 에피소드도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사실 UFO는 인류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진 작품 주제다. 수만 년 전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 니오 동굴의 UFO와 외계인 형상을 비롯해 제작 목적과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페루의 나스카 지상화, 그리고 네덜란드 화가 애르트 데 겔더(1645~1727)의 '세례 예수'(비행접시 모양의 비행체가 세례받은 예수 위로 광선을 내리쬐는 모습을 그린 작품)까지 UFO는 미스터리한 존재로 인류 역사 곳곳에 남아 있다.

인류가 UFO를 본격 연구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1947년 한 미국인 비행사가 9대의 미확인비행물체를 목격한 이래 미 정부와 공군은 로스웰 사건 등 수많은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매번 결론은 같았다. UFO는 대기 중인 얼음 결정체 또는 대기 역전으로 인한 자연현상이란 설명이었다. 그 사이 학계서는 UFO의 실존 여부를 놓고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UFO를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신화 구조"라고 일축한 반면, 노벨 생리·의학상(1962년) 수상자 프랜시스 크릭은 UFO를 통한 외계생명 이식설을 굽히지 않았다.

최근 UFO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미국 정부 발표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미 국가정보국(DNI)이 해군 조종사들이 2004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목격한 144건의 UFO 사례를 분석한 9쪽 분량의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보고서는 UFO를 실존하는 존재라고 공식 인정하고, 믿을 수 없는 기동성을 보인 사례들을 소개했다.

미국이 갑자기 UFO 존재를 인정한 이유는 확실치 않다. 주목되는 것은 "UFO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외계인과의 연관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대목이다. 중국·러시아가 강력한 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했다는 가정 아래 무기개발에 더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미드 'X파일'의 유명한 대사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건가.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62858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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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후 내 이름(명의)으로 된 게 하나도 없네!" 전업주부 가사노동의 가치가 연간 1380만원(2019년 기준)이라는데, 집 자동차 등의 명의는 대개 남편 앞으로 돼 있으니 아내의 이런 불만이 나올만하다. 남편들은 가장이란 명분에 기대보고 이혼 위험을 줄인다는 핑계도 대보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10여 년 전부터 부부 공동명의가 유행처럼 번졌다. 아파트 등 전국 집합건물의 신규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건수의 4분의 1이 공동명의(대부분 부부)일 정도다. 세금혜택이 가장 큰 이유다. 일단 양도세(1주택 비과세 아닌 경우)를 줄일 수 있어서다. 부부가 각각 기본공제(1인당 250만원)를 받고, 양도소득액도 2분의 1로 나뉘어져 적용 세율 자체가 낮아진다. 종합부동산세도 부부 1인당 6억원씩 공제받아 총 12억원까지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근본적으론 '가구별 합산 과세냐, 인별(人別)과세냐'라는 세제의 변천과 관련된 측면이 크다. 2001년 본격 시행된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부부합산 원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판단으로 폐지되고 개인별 과세로 바뀐 게 첫 사례다. 노무현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2005년)이 종부세 대상을 기존 '9억원 초과 인별 과세'에서 '6억원 초과 가구별 합산 과세'로 크게 강화했다가, 이 역시 현재 위헌결정으로 2008년 인별 과세로 돌아갔다.

부부 관련 과세가 최근 여당의 부동산 세제 논의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1주택자 종부세 대상을 '상위 2%'(공시가 11억2000만원 안팎)로 완화한다면, 공동명의의 종부세 공제액(12억원)도 높여줘야 하지 않느냐는 형평성 문제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다주택자라면 불리해질지 몰라도, 1주택자는 문제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단독명의로 종부세를 매겨달라고 변경 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양도세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하나의 '경제공동체'라고 하지만, 이로 인해 세부담이 급증하는 합산과세는 경계해야 할 요소다. 독일처럼 부부 별산제를 기본으로 해 이혼할 경우 혼인기간 재산 중 이익을 반으로 균분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 나라도 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독립채산제처럼 가계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꼬일대로 꼬인 부동산 세제가 부부 공동명의를 위축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6271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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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벤자민 버튼이 등장했다.' 중형 항공사 스카이마크, 회전초밥 체인 갓파크리에이트,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다이쇼 등 일본 대기업들이 100억엔(약 1050억원) 안팎인 자본금을 1억엔 이하로 줄여 중소기업이 된 것이다. 일본에선 자본금 1억엔 이하여야 중소기업으로 인정된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몸집을 줄여 세제 혜택이 있는 중소기업이 되려는 것이다.

일명 '벤자민 버튼 증후군'이다. 판타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주인공(브래드 피트)이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데 빗댄 신조어다. 사실 이런 증상은 우리나라가 원조다. 중소기업이 성장하면 온갖 규제 대상이 되고 혜택이 줄어드는 탓에 사세를 키우길 기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가상 세계인 네버랜드에서 자유롭게 누비며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아이로 남은 피터팬에 빗댄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자산 10조원 이상 기준)이 되려면 '아홉 번 죽음의 규제'라는 크레바스를 건너야 한다. 중소기업 기준인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 허들을 넘는 순간 81개 규제가 추가된다. 달리 적용받는 법률만 200건이 넘는다고 한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에서 배제되고, 공공조달 입찰이 제한되고, 세무조사는 이전보다 한결 강해진다. 내달부터 5~49인 사업장에 확대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만 해도 30인 미만이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주 60시간 추가 연장근로가 가능한 여지가 있다. 클수록 손해인 셈이다.

이런 판국이니 중소기업이라면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피터팬의 마음을 백번 이해할 것이다. 결국 규제를 피하려고 기업 쪼개기와 인력 감축에 힘쓰게 마련이다. 그 결과 중견기업 수는 수년째 4000개 안팎을 맴돈다. 지난 20년간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이 된 경우는 네이버, 카카오, 하림, 셀트리온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벤자민 버튼 증후군 사례가 목격된다. 중견에서 중소기업으로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것이다. 작년 초 중견기업연합회 조사에서 종사자 50~200명 기업의 8% 정도가 '중소기업 회귀'를 실제로 검토했다고 한다.

이래서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이런 문제가 생겨났는지 정부와 국회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6013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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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커질수록 규제와 세금이 늘기때문에 적당한 규모를 유지해가는 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개인사업자를 낼때도,

간이과세와 일반과세의 세금혜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정매출 이하라면 무조건 간이사업자를 선호하는 것도 이와 동일한 상황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발전할수록 국력이 좋아지는 부분인데,

오히려 국가의 세금과 규제로 인해 의식적으로 규모를 유지하고 늘리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습니다.

 

한국의 법인세는 타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에,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면에서 어느 정도의 완화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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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왜 이렇지. 벌써 장마인가?" 지난 4월 때 이른 더위에 이어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 내내 비가 자주 내리는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예년의 5월 평균 강우일이 11일인데, 올해는 18일이나 비가 왔다. 어제 새벽까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퍼부었고 우박도 평년의 다섯 배나 쏟아졌다.

일본에는 지난 5월 11일 장마가 들이닥쳤다.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다. 중국 남부에도 "하늘의 수도꼭지가 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우와 강풍이 몰아쳤다. 열흘 빨라진 장마로 양쯔강 일대 97곳에 홍수 경보가 발령됐다.

5월 폭우 탓에 장마가 빨리 오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최장 장마가 이어진 지난해에도 6월 24일부터 54일간 비가 왔다. 강수량도 6월 183.8mm, 7월 420.7mm, 8월 401.6mm나 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이보다 덜하고 강수량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평균기온은 작년보다 높겠지만, 찬 공기를 몰고 오는 '음(-)의 북극진동' 때문에 2018년 같은 폭염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블로킹(주변 대기 흐름을 막는 온난 고기압)'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지난해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평년보다 두 배 많을 것이라던 예보는 이런 변수 탓에 완전히 빗나갔다.

장마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과거 장마전선은 남쪽에서 북상했지만 몇 해 전부터 달라졌다. 중부지방에서 장맛비가 먼저 시작되는 '거꾸로 장마', 한쪽 지역에만 비가 쏟아지는 '반쪽 장마' 등이 나타났다. 강수량이 늘면서 "우리도 동남아처럼 '우기(雨期)'라는 용어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상변화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지만, 기압 패턴이 점점 예측하기 어려운 양상을 보이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상기후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므로 재해예방에 힘쓰는 수밖에 없다.

기상변화를 겁낼 필요도 없다. 지구 온난화는 수천 년 주기의 변화 과정일 뿐이다. 지역별 변동도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균형을 되찾는 현상이다. 영국 비평가 존 러스킨은 "나쁜 날씨란 없고 서로 다른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에도 "쨍쨍한 날만 계속되면 땅이 사막으로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니 "햇빛이 있는 동안 건초를 만들라"는 세르반테스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5318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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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변덕이 매우 심한 요즘 날씨와 어울리는 칼럼입니다.

'음(-)의 북극진동'으로 2018년과 같은 폭염은 없을거라니 다행이네요.

최근 몇 년동안 여름에는 나가서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폭염 상태인데, 올해는 부디 큰 폭염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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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에도 쉽게 엄두내기 어려운 값비싼 아파트가 많다. 대개 뉴타운 아파트들이다. 20억원에 육박하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 84㎡, 아현뉴타운)도 10여 년 전에는 6억~7억원대의 고(高)분양가로 분양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랬던 곳이 주변기반시설이 현대화하고 강남에서 이사온 이들이 늘면서 강남의 아성에 도전할 정도가 된 것이다.

내년이면 뉴타운 사업이 20년을 맞는다. 강남·북 균형발전, 주택 공급 확대, 난개발 방지를 목표로 내건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때 본격 시작됐다. 길음·은평·왕십리가 시범지구로 선정됐고, 이후 2006년까지 모두 35개 지구로 대상지가 넓어졌다. 문제는 지정만 돼도 집값이 4~5배가 뛰고, 이른바 '쪼개기' 투기가 만연하고, 세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등의 부작용이었다. '뉴타운 난민'이 57만 명에 달했다는 추계도 있다.

결국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2년 뉴타운 수습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전면 철거식 재개발을 지양하고, 시민 삶을 보존하면서 도시 경관을 살리겠다는 취지였다. 이로 인해 683개까지 늘어났던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지정 해제된 곳만 394곳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총량의 20%이 약 25만 가구의 새 아파트 공급이 중단된 결정적 계기였다.

하지만 박원순식 도시재생은 낡은 집과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벽화만 잔뜩 그리고 골목 가로등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듣는다. 문재인 정부도 5년간 매년 100곳, 10조원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골목 재생'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청년·창업을 테마로 내건 용도 불명의 개점휴업 공간만 늘었다.

이렇듯 혼선을 보이던 서울의 개발정책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뉴타운 부활'로 급선회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1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개발 속도 조절용 '대못'인 주거정비지수제도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세상 이치가 그렇듯, '개발·성장'과 '보존·재생' 이란 가치는 어느 한쪽으로만 흘러선 안 된다. 균형을 찾겠다며 반대쪽으로 너무 잡아끌어선 난파하고 마는 게 사회정책이다. 공공 주도에 대한 미련을 접고, 공간·산업·교통 등 도시의 주요 인프라와 긴밀하게 연계한 도시개발 전략이 필요하다. 감성팔이 도시재생은 그만둘 때가 됐다.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5277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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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타운 사업 : 2002년부터 서울특별시에서 추진한 재개발 방식

뉴타운 사업을 진행한지 20년이다.

예전에 뉴타운에 대한 관심이 덜한 것 같은데,

최근에 신축에 대한 수요가 워낙 강해지다보니 뉴타운으로 묶인 곳만 해도 가격이 다른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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